먼길

정체불명의 방문자들

싯톳 목사님은 사역자 모임에 참석하려고 채비를 서두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아침 정체불명의 남성들이 그의 집을 찾아 왔습니다. 그들은 왜 도시로 가는지, 모임의 내용이 무엇인지등을 꼬치꼬치 캐물었습니다. 그리고 마을을 떠나지 않는게 좋겠다는 협박같은 말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그러나 싯톳 목사님은 아랑곳 하지않고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식구들은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처음 예수를 믿었을 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기독교인이 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겼습니다. 외국 종교인 예수교는 지역 사회를 해치고 국가에 저항하는 종교라서 주민들에게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여러차례 기독교 신앙을 버리라고 강요받았지만 모두 거부했고 그때마다 물과 전기가 끊기고 집에 격리되는 수난을 겪었습니다. 집에서 예배를 드린다는 이유로 체포되기도 했고, 불법 문서인 전도지를 나누어 주었다고 벌금을 물기도 했습니다. 그런 위협속에서도 그의 신앙은 더욱 뜨거워졌고 그의 전도로 믿는 사람들은 늘어만 갔습니다. 

실종

모임장소에서 기다리던 사역자들은 아침에 일이 생겨 늦을것 같다는 싯톳 목사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3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인데 6시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자 뭔가 일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모임중이던 사역자들은 먼저 인근 병원을 찾아 다니며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아닌지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마을까지 연결된 도로를 거슬러 올라가며 수색을 하고, 인근의 숲과 외진 공터를 모두 뒤졌지만 그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수 없었습니다. 

소식들 듣고 달려온 교회 성도들까지 합류해 후미진 곳을 샅샅이 뒤지고, 길가의 가게를 찾아 다니며 작은 단서라도 찾으려 노력했지만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을 때 한 SNS에 한적한 숲속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글이 올라 왔습니다. 성도들과 사역자들은 급히 현장으로 달려가 시신을 확인하고 싯톳 목사님이 그렇게 사망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그네 길의 끝

그의 몸에는 사망전에 구타당한 흔적도 있고, 멍자국과 핏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참혹해 가족들에게는 마지막 모습을 보여 줄수가 없었다고 현장에 있던 사역자가 전해 주었습니다. 

그에게는 8명의 자녀가 있고 막내가 이제 한살입니다. 동네 사람들은 그까짓 예수가 뭐라고 그것 하나 버리지 못해 가족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냐고 그를 원망했습니다. 경찰은 범인을 잡을 수 없다고 미결 사건으로 끝내고 말았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성도들은 누구도 원망하거나 분노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싯톳 목사님의 마음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는 예수와 함께 살고 죽는 것이 성도의 삶이라고 항상 가르쳤고, 성도의 나그네 인생 끝에 있는 천국을 사모하며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결국 그 신앙으로 죽음마저도 하찮게 만들고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