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흥의 불씨

팬데믹의 그늘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거치며 선교지 교회들은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교회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고, 목회자들중에 바이러스로 사망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농사는 엉망이 되어 그걸로 연명하던 목회자들은 자기 가족뿐만이 아니라 성도 가정을 챙기느라 더 무거은 짐을 져야 했습니다. 지난 2년여 시간은 인생의 가장 깊은 수렁같았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육적으로, 심적으로 지쳐있던 목회자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라오스의 목회자들은 국경을 넘어 태국 훈련센터에 도착했고, 가장 복음화율이 낮다는 태국 북동부 지역의 태국인 목회자들도 함께 참여했습니다. 처음으로 두 나라 사역자들이 모이는 것이라 준비하는 우리들도 기대반 걱정반이었습니다. 태국인들은 경제적으로 낙후된 라오스 사람들을 천대하는 문화가 있고, 라오스 사역자들은 뜨뜻미지근한 태국의 그리스도인들을 무시해 왔습니다. 문화적으로 화합할 수 없는 두나라 사역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결과를 예측할수없는 시도였습니다. 

사랑의 용광로

그러나 모임이 시작되자마자 변화의 소용돌이가 모든 이들에게 몰아치는 듯 했습니다. 예수를 믿으면 가족에게서 쫓겨나고, 경찰에 체포되어 감옥을 드나들던 라오스 사역자들은 사도행전의 성도들처럼 뜨겁게 기도하고 담대하게 전도했습니다. 태국 목회자들은 라오스에서 오신 분들을 이산가족을 만난듯 마음을 다해 섬겨주고 사랑해 주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선입관은 반전을 이루었고, 두나라 사역자들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사랑의 용광로를 만들어냈습니다. 

하루는 한 마을을 선정해 모두 그곳에 가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동남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한류를 이용한 전도를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조촐하지만 떡볶이와 김밥같은 한국음식을 만들고 마을 주민들을 초청해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복음의 역사

길을 가다 집에 홀로 쓰러져 있던 청년을 만났습니다. 그는 마약 중독상태여서 정상생활이 어려웠고, 말하는 것이나 움직이는 것이 모두 불가능했습니다. 가족들은 이 청년을 집에 방치하고 일을 나갔습니다. 우리는 청년의 처지가 너무 안타까워 복음을 전하고 기도해 주었습니다. 낯선 이들의 기도가 이어지는 동안 청년은 말은 못하고 두눈에서 눈물만 주루룩 흘렸습니다. 오후 늦은 시간에 그 청년은 한국음식을 대접하고 있던 마을회관까지 비틀거리며 찾아왔습니다. 사역자들은 그를 다시 부둥켜안고 위로하며 마약에서 해방되길 진심으로 기도했습니다. 청년은 자리를 떠나며 힘겹게 입을 열어 한마디 했습니다. “예…… 수…..”.

한 어머니는의식이 없는 아이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사정을 들어보니 몇주전 할머니 장례식을 다녀온 아들이 밤마다 악몽을 꾸며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아이 상태를 염려한 부모는 인근의 사찰을 방문해 승려에게 기도를 받고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악몽은 사라지지 않았고 아이는 밤이나 낮이나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우리들은 복음을 전하고 예수의 이름으로 아이를 고칠 수 있다고 부모를 위로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고쳐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이 아이가 고쳐지면 아이뿐만 아니라 이 가정이 예수님의 위대하심을 눈으로 보게될 것이고, 이웃들도 마음의 문을 열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기도를 하고 돌아온 이후 이 아이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악몽을 꾸는 증상도 사라졌습니다. 아직까지도 아이가 다시 아프다는 연락은 받지 못했습니다. 

이 모임을 시작하기전 부흥의 불씨로 써달라고 기도했는데 주님은 부흥의 불을 들불처럼 번지게 하셨습니다. 교회들이 전도하고 싶어하고,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그동안 눌렸던 영적 침체를 다 털어내고 이제는 다시 일어나 달려갈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내일은 주님께서 또 어떤 일을 하실지 하루하루가 설레고 있습니다.